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타이틀입니다. 저희도 어떤 타이틀로 레터를 발송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선택되지 못한 제안 중에는 '필링굿 같은 소리 하고 있네'가 있었답니다. 이런 타이틀을 제안했던 이유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좋은 느낌으로 채우고 싶을 텐데 사회적 환경과 개인적 조건이 일상에서 좋은 감각을 획득하는데 방해되거나 충분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링굿 감각을 추구해야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도 했기 때문에 조금 재밌게 비틀어 '필링굿 같은 소리 하고 있네'를 떠올렸죠.
몇 달 전 미국심리학회(APA)에서는 '2024년 미국인 스트레스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해당 연구에 의하면 정치적 문제는 인구 전체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 요인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치적 불안은 일반적인 불안과는 달리 만성 스트레스의 원천이며, 정서적 안녕과 사회 응집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글은 올해 7월 미대선을 위한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때에 게시된 것으로 당시 미국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 민주당의 막판 후보 변경, 막장 토론 등으로 상당한 정치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령 선포 후 여러분의 필링굿은 안녕하신가요?
비상계엄령 선포 당시 많은 사람들은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경험했습니다. 생에서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비상계엄령 선포에 저는 불안과 공포가 아닌 웃기지 않는 코미디 한편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며칠이 지난 후 되돌아보니 제가 느낀 것은 불안과 공포를 압도하는 현실감 소실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갑작스러운 계엄선포에 빠르게 국회로 달려간 사람, 짐을 싸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 사람, 급하게 비상식량을 구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6시간 동안 온 국민은 강도 높은 정치적 스트레스와 집단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사후처리 과정에서 들리는 경제위기(환율 폭등, 국가신용등급 악영향), 각종 음모론, 책임을 져야 하는 무리들의 무책임과 무능함, 그 와중에 자기 안위만을 우선시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의 불안은 분노로 변했습니다.
북미의 많은 심리학자들은 정치적 불안은 모든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웰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토론토대학교 심리학 부교수인 Brett Ford박사는 정치적 사건은 복잡하고 다면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걱정, 슬픔, 절망에서 분노, 혐오, 좌절 등 다양한 감정을 유발하고 단기적, 장기적 영향을 모두 미칠 수 있으며, 종종 집단 간의 갈등을 수반하여 실제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고 설명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Shevaun D. Neupert 박사는 정치의 집단적 성격은 대부분의 다른 삶의 스트레스 요인과 구별되는데, 이는 정치적 스트레스는 한 나라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는 공유된 경험으로 남기 때문이라 말했습니다.
필링굿레터를 시작할 때 저희는 우리 사회가 웰니스를 논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는 올해 7월부터 국민의 마음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한국은 필링굿라이프를 추구할 수 있는 사회일까요? 선택받지 못한 타이틀처럼 필링굿을 이야기하기엔 준비가 되지 않은 사회일까요?
아무래도 길어질 것 같은 정치적 불안 속에서 우리가 겪을 집단 스트레를 건강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잃어버린 필링굿을 찾으러 떠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