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일 아침 러닝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종잡을 수 없는 날씨 덕에 저의 루틴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를 탓하며 저는 자연스럽게 아침 러닝을 건너뛰기 시작했죠. 안락한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시간이 길어져 11월 중 아침 러닝을 한 날은 10일 밖에 안되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러닝 일수에 조금 시무룩한 요즘입니다.
짝다리로 서기, 엉덩이를 빼고 비스듬히 앉기, 목을 빼고 컴퓨터 하기 등 저는 나쁜 자세 소유자입니다. 그래도 운동을 열심히 할 때는 나쁜 자세를 견뎌주는 단단한 근육과 유연한 관절이 있었지만 운동을 멀리한 시간이 길어질 수록 몸 여기저기가 아픈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몇 달 전 시작한 러닝으로 평소의 나쁜 자세가 몸 움직임에 큰 제약이 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숨이 차는 건 언제나 그랬기 때문에 놀라울 것이 없었지만 삐걱거리는 팔, 다리 움직임에 한번 놀라고 도통 좋아지지 않는 것에 또 한 번 놀랐죠. 이런 시간을 몇 달 겪다보니 평소의 나쁜 자세와 불량한 움직임이 통증과 향상되지 않는 운동실력의 원인이지 않을까 유추하고 있었답니다.
실은 제 몸은 진작에 일상의 움직임도 버거워하고 있었습니다. 살고자 하는 무의식의 발현인지 자세히 읽어보지 않고 신청한 몸 움직임 클래스에서 ‘휄든크라이스(Feldenkrais)’를 만났습니다.
휄든크라이스는 이스라엘의 물리학자겸 서양인 최초의 유도 유단자인 모세 휄든크라이스가 만든 동작을 통한 자각 수업입니다. 휄든크라이스에 대한 저의 경험은 꼼지락, 어슬렁, 쿨쿨. 이 3가지로 요약됩니다. 갓난 아기가 작은 몸을 꼼지락거리며 부드러운 관절과 근육을 천천히, 작게 움직이며 놀다 잠이 드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높은 긴장과 불안 속에서 살다 보면 미세한 감각과 작은 동작만으로 충분했던 것에 과도한 움직임과 에너지를 쓰게 되죠. 이런 시간이 축적되면 우리의 몸과 마음에도 경직과 긴장, 과잉 행동을 갖게 됩니다. 휄든크라이스는 움직임을 재교육하는 방법으로 몸의 구조, 신체 부위가 어디에 있는지 인식하고 관절과 근육을 천천히, 부드럽게 움직여 뇌에게 신경감각을 알려줍니다. 그래서 헬든크라이스의 궁극적 목표는 유연한 뇌를 만드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 나쁜 자세를 갖게 된 저에겐 나쁜 습관이 없는 아기의 몸 움직임을 다시 느껴보는 것은 상당히 포근하고 보드라운 것이었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저는 늘 몰캉몰캉 마쉬멜로가 되어 집에 도착했습니다.
휄든크라이스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 인간은 자신의 뇌를 태어난 장소의 요구에 맞게 조직할 수 있다.
- 뇌는 운동 기능 없이 생각할 수 없다.
- 자극이 작을수록 차이를 구별하기 쉽다.
- 동작을 느리게 하는 것이 자각의 비결이고, 자각은 학습의 비결이다.
- 가능하면 힘을 빼라.
- 많은 동작 문제와 통증은 학습된 습관 때문이지 비정상적인 구조 때문이 아니다.
추운 날씨에 야외 운동이 쉽지 않다면 따뜻한 방 안에서 몇 가지 휄든크라이스 동작을 따라 해보세요. 포인트는 아주 천천히, 미세하게 움직이는 겁니다. 그리고 이동 중일 때, 잠시 쉬는 시간이 생기면 내 몸 전체가 부드러운 마쉬멜로가 된다는 생각으로 몸을 꼼지락 움직여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