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집 근처 일본술 전문점을 방문했습니다.
지난여름 마셨던 보리소주의 맛이 갑자기 떠올라 일본술 전문점을 방문하게 된 것이죠. 사장님이 건네주는 여러 소주를 시음하고 난 후 제 가방 속에는 고구마소주 한 병이 들어있었답니다. 25도나 되는 보리/고구마/깨 소주 7, 8종을 홀짝홀짝 시음하니 맛과 향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가게를 나와 햇살 아래를 걸을 때 확실히 느껴진 것은 취기였습니다🍶
(*보리소주가 아닌 고구마소주를 구입한 이유도 언젠가 뉴스레터로 나눌게요.)
일본술 전문점에서 일본 소주를 구매할 정도라면 애주가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저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아닙니다. 아주 가끔 맥주 한 잔, 위스키 한 모금, 와인 한 잔, 그리고 새로운 술이 보이면 맛과 향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 모금 맛보는 정도죠. 술에 취해 흐느적거렸던 마지막 기억은 까마득하네요.
집으로 돌아가던 길 영화 <어나더 라운드>가 생각났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는 어떤 철학가의 가설을 실험합니다. 직업적, 사회적 수행 능력에 도움이 되는 최적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찾아가면서 그들은 삶에 의욕과 열정,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과도한 음주로 삶이 조금씩 파괴되는 사건들을 겪으면서 실험을 중단하게 됩니다. 실험을 중단하지 않았던 친구에게는 비극적 사고가 발생합니다.
(🤚참고로 혈중 알코올 농도 0.05% 가설은 픽션이고, 한국의 경우 혈중 알코올 농도 0.03% 이상이면 운전면허 정지에 해당됩니다.)
각종 일본 소주를 시음하고 귀가하던 30분 동안 저는 몸과 마음에 긴장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기분 좋게 산책을 하는 듯했고, 수십 번 걷는 골목길에서는 새삼스레 햇살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느 집 담벼락을 넘어 나무를 타고 올라간 호박덩굴을 발견한 제 시선 끝에는 나무 꼭대기에 핀 별모양의 노란란 꽃이 보였고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술을 마신 후 날카롭게 곤두서있던 저의 신경감각이 유연해지고 여유로워졌다는 증거겠죠. 한국산업안전공단 자료에 의하면 혈중 알코올 농도 0.02~0.03%일 때 '두드러진 변화는 없고 약간 기분이 좋은 상태'라고 합니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에서 볼 수 있듯 술은 사람에게 이완을 주는 장점이 있지만 의존성과 중독성이라는 매우 큰 문제로 보편적 국가에서는 유통과 판매, 음주를 통해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정책적으로 관리하고 있죠. 정확히는 음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기에 금지하고 싶지만 인류역사 속에 술은 늘 존재했고 몇 가지 현실적 이유로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신체 영향 연구에서도 소량의 술은 심장혈관과 뇌혈관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지만 뇌세포에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있으니 술을 마셔야 할지 마시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저의 얼마 전 경험을 보자면 술을 마실 때 ‘취기'와 '힘듦'은 많았지만 ‘이완'이 주는 여유로움에 집중해 본 것은 처음이었답니다. 그리고 이완된 제 모습은 그리 나쁘지 않았고 그 어려운 이완이 적은양의 시음술로 이루어진 것이 우습고 반가웠죠.
사교를 위해 음주를 하거나 술 그 자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아래의 팁을 활용해 음주 시 이완이 나의 행동과 표정, 움직임, 그리고 마음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관찰합니다. 이완의 감각에 집중해 조금 더 안전하고 즐거운 술자리를 즐겨보세요.
🚫지난 친 음주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몸과 마음에 이완을 가져다주는 건강하고 안전한 여러 방법을 익혀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