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주말 몬스테라 화분 분갈이와 포기나누기를 했습니다.
화분을 옆으로 눕히고 흙을 털어내며 조심스럽게 꺼낸 몬스테라의 뿌리는 작은 화분 속 가득했습니다. 흙을 꽉 쥐고 있던 뿌리의 모습에서 강렬한 생명력이 느껴지기도 했죠. 포기나누기를 통해 몬스테라 화분은 3개로 늘어났고 오랜 숙제를 잘 끝낸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며칠 후 몬스테라 잎은 축 처지고 하나 둘 시들어 가고 있네요. 괜한 관심과 과한 애정으로 오랫동안 키운 몬스테라를 죽였다는 것에 저는 자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식물을 키운 10년 동안 지금과 같은 자책을 수시로 하고 있답니다.
“연이어 화살을 맞지 마라."
어리석은 사람은 두 번째 화살을 맞고, 지혜로운 사람은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다는 <잡아함경> 속 붓다의 말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느끼는 고통과 고뇌가 첫 번째 화살이고, 이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울부짖거나 원망하고 슬퍼하는 것을 두 번째 화살이라고 합니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후회와 자책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들어 가는 식물에도 자책이 일어나는 걸 보면 자책에는 경중이 없고 잊고 있던 지난 일이 떠오르면 다시 자책하는 모습에서 자책도 습관이구나 생각됩니다.
자책과 멀어지기 위해서는 첫 번째 화살 밑에 놓인 고통스러운 감정을 먼저 보살피는 것이 필요합니다.
분갈이 후 일어난 저의 고통스러운 감정은 무엇일까요? 생명체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 애정한 존재의 사라짐, 지난 시간이 헛된 것 같은 허무함.
지금 어떤 일에 자책 중이라면 고통스러운 감정을 먼저 보살펴야 한다는 신호가 켜진 것입니다. 그러니 자책은 잠시 멈추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먼저 인지하고 보살피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