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유난히 입 맛이 까다롭고, 자기만의 멋에 관심이 많습니다.
여러분은 '멋'이라는 말의 기원이 ‘맛'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1950년대 후반, 몇몇 국문학자와 철학자들 간에 '맛과 멋'의 관계에 대한 가벼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하니 이 둘의 상관관계에 궁금증이 생기시나요?🧐
이쯤 되니 저의 맛과 멋에 대한 무의식적 집착은 마땅한 것이었음을 사람들에게 크게 공표하고 싶네요🎤
"9월의 밤은 옹색했는데 10월 밤은 여유롭네요." 🌰
저는 9월과 10월에 삶은 밤을 먹었습니다. 9월의 밤은 작고 퍽퍽하면서 단맛이 적어 밤을 주워온 엄마의 마음과는 달리 옹색함이 가득한 맛을 남겼습니다. 반면에 10월의 밤은 ‘나의 단맛을 마음껏 즐기렴’ 하듯 숟가락으로 가벼이 퍼지는 노란 속살과 단맛에서 너그러움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답니다.
제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는 음식의 맛을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존재합니다. 이때의 미학은 자신이 느낀 감각과 감정, 기억이 담긴 표현을 뜻합니다. 육체적 감각에 가까운 맛을 정신적 차원으로, 자기의 언어로 설명하고 해석하는 것은 굉장히 멋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찰나의 순간을 캐치하고 사유하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죠.
얼마 전 진행된 <맛의 발견 : 에피소드1. 루바브 베리 잼> 워크숍에서는 다양한 맛과 멋을 만났답니다.
초록과 붉은색의 맛. 빵과 잼을 함께 먹는 느낌은 캔버스 위 그림 같다. - 준
루바브의 신선한 산미가 단맛의 재료들 사이에서 은은하게 느껴졌다. - 은희
레몬, 오렌지와는 다른 루바브의 따뜻한 신맛. 젓는 질감이 부드러워 마음도 연해졌다. - 수안
잼을 만들며 루바브가 빨리 녹았으면 하는 마음과 녹지 말라는 응원의 마음이 있었다. - 누운
나만의 표현으로 맛을 멋으로 재정의하는 것은 귀중한 필링굿 자원입니다. 이번 뉴스레터를 읽고 맛과 멋에 대한 흥미가 생기셨다면 맛을 멋으로 재정의하는 여유로운 마음과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