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최근에 피아니스트 임윤찬 덕질을 시작했습니다😘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참가자로 우승했을 때도 혼자(?) 시큰둥했는데 2024년 10월 그라모폰 클래식 음악 어워즈에서 수상 직후 소감문에서 “제 눈으로 본 모든 것 그리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것, 배운 것이 음악에 녹아있다. 상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가족과 선생님, 에이전시, 위대한 예술가들 그리고 제 친구들”이라고 한 것을 읽고 피아니스트 임윤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지나간 각종 연주 영상을 찾아보고 ‘쇼팽:에튀드’ CD를 구입하고, 임윤찬 외에 많은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으며 귀 호강을 하고 있습니다. JTBC의 ‘임윤찬의 고전적 하루’ 영상에서 임윤찬은 리스트와 그의 제자가 나눈 루바토(Rubato)라는 음악 기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나무의 뿌리와 나뭇가지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지만 바람에 따라 자유롭게 흔들리는 나뭇잎.
근본을 해치지 않는 자유로운 연주”
- 루바토가 무엇인가에 대한 리스트의 대답
루바토는 이탈리아어로 '훔친 시간'을 뜻합니다. 곡의 일정 부분에서 속도와 리듬을 자유롭게 조절하여 연주자나 지휘자가 곡을 해석할 수 있도록 하여 곡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음악 기호입니다.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와 그의 제자의 대화에서 엿볼 수 있듯 18,19세기 음악가들 사이에서는 곡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루바토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루바토의 의미, 루바토의 허용 범위, 좋은 루바토 연주의 토대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이 시대의 젊은 피아니스트가 루바토를 언급하며 자신의 피아노 연주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루바토는 지금도 의미있는 키워드인 것 같습니다.
루바토에 대한 리스트의 대답의 핵심은 ‘절제미’입니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시간의 일부를 빌려오거나 돌려주며 순간적인 감정과 표현에 집중함과 동시에 곡 전체의 조화와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절제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삶에서도 루바토는 필요한 기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루바토가 음악적 시간의 절제를 바탕으로 감정을 강조하듯, 삶에서의 절제는 수 많은 욕망과 충동 속에서도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삶에 루바토를 적용한다는 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리듬을 찾고, 때로는 과감하게 멈추거나 나아가는 용기를 가지는 것입니다.
절제미는 단순히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본질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도구입니다. 절제는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냄으로써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부각하고, 삶에 여백을 만들어 줍니다. 루바토를 삶의 기호로 적용해 본다면 ‘자유와 통제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만든다’ 정도가 아닐까요? 이는 단순히 자기 통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순간마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하는 능력입니다.
인생에서 절제미를 실천함으로써 우리는 물질적 풍요 대신 내면의 풍요를, 혼돈 대신 조화를, 그리고 피상적 관계 대신 깊이 있는 관계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삶이라는 음악에서 루바토를 활용하여 각자의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나가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