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엉엉 울며 혼자 걸어가는 사람을 봤습니다. 그리곤 생각했죠.
'괜찮아지길 바랍니다.'
아마도 평소의 저였다면 ‘아니, 무슨 일이지? 왜 저렇게 울면서 가고 있지?’하는 생각을 120%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날은 호기심 보다 진심으로 그 사람이 괜찮아지길 빌었습니다.
저는 올해 초 상당히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삶은 고통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올해는 유독 힘든 시간을 보냈죠.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 저 역시 엉엉 울며 빗속을 걸었습니다. 눈물이 흐르는 상태로 버스를 탈 수 없어 걷기 시작했고, 걷다 보니 조용히 흐르던 눈물은 어느새 통곡의 눈물로 바뀌어있었습니다. 비가 내려 길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우산으로 얼굴을 가릴 수 있어 조금은 시원하게 울었던 날이었습니다.
눈물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합니다. 눈물을 흘리면 스트레스호르몬인 카테콜아민이 배출되어 신체적 각성, 이완효과가 나타나고 엔돌핀,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감정 안정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는 것, 소리 내어 우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과열된 경쟁사회에서 눈물은 해소와 용기로 이해되기보다 연약함과 취약함으로 여겨져 왔죠.
지난날의 저를 떠올리게 한 울고 있는 사람에게 자애의 마음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실컷 울고, 몇 달이 지난 후 저는 ‘괜찮아졌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너무 큰 슬픔과 좌절이 나를 잡아먹고 그 감정들이 나를 집어삼켜버려도 상관없다는 생각, ‘극복하고 싶지 않다' ‘괜찮아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슬픔과 좌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무리하게 무언가를 하기보다 내 마음을 그저 알아차리는 것에 집중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후엔 용기 내어 울어보세요. 소리 내어 울고 나면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에 틈이 생기며 괜찮아지고 싶다는 용기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괜찮아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면 방 청소(환기만으로도 좋아요), 산책이나 가벼운 등산 등을 통해 몸과 마음에 새로운 공기를 주입해 줍니다. 만약 등산을 한다면 남아 있는 눈물을 흘려보고 안개 낀 마음을 바람에 실어 보내세요.
무겁게 주저앉았던 마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한다면 좋은 사람들과 수다, 약간의 신세 한탄도 해보세요. 이렇게 며칠, 한 달, 두 달, 석 달을 보내다 보면 천천히 괜찮아지고 있는 나를 발견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충분히 괜찮아졌다면 ‘괜찮지 않던 나의 시간’을 지켜봐 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 보세요.
또다시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좌절이 찾아왔을 때 '괜찮아진 나'에 대한 지난 경험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씨앗이 됩니다. 고통과 좌절은 남은 생 곳곳에 심어져 있을 테니 잘 우는 법을 익히고 치유와 회복의 경험을 쌓길 빕니다. |